연어

2020. 3. 10. 02:34복분자

 한잠 전 일인데 아직도 기억난다. 80port에서 무료 호스팅을 얻어다 태터툴즈 0.9였나 뭐 그런걸 설치하고, 혼자 끄적거리다가 텍스트큐브로 넘어가고. 거기서 디씨라는 곳을 알아서 왔다 갔다 하다가 티스토리로 넘어가고. 미투데이를 하고, 트위터를 하고, 유튜브에 영상을 올리고, 온갖 잡 SNS를 다 하고. 왜 그랬지.

 그래도 가장 재밌게 쓴 SNS를 꼽으라면 트위터. 밤 꼴딱 새가며 트친을 가장한 웬수놈들과 별 시덥잖은 장난질 치는게 그렇게 재미있었는데. 이젠 그냥 인간 불신 재확인의 장이 되어버렸다.

 나는 예전부터 장문충에 설명충인데,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도 아니고 140자로 제한되는 트위터가 너무 불편해서 여러번 탈출시도를 했었다. 페이스북 페이지도 만들어보고, 인스타그램도 만들어 보고, 네이버에서 하는 폴라라던가 하는것도 있었다. 근데 다 망했다. 나 말고는 아무도 안 넘어오더라.

 근데 이제 와서 생각해보니 긴 글 쓰려는데 사람이 뭔 소용인가 싶었다. 어차피 볼 사람만 볼 텐데. 저 많은 트위터 친구들중에 이런 긴 글에 관심있는 사람 별로 없을텐데. 그냥 혼자 자기만족으로 풀어내거나, 긴 글 좋아하는 사람을 새로 만나는게 맞지 않나. 라는 생각이 급하게 들었다.

 텀블러…는 처음부터 생각도 안 했고. 미디움은 한국어 폰트가 마음에 안 들어서 패스. 브런치는 화이트리스트 제도라 기다리는게 싫어서 패스. 포스타입은 나같은 아저씨가 발들일 공간이 아닌 것 같고, 네이버 블로그는 그냥 오래 써봤으니 패스. 어차피 서버도 돌고있으니 워드프레스를 깔아 쓸까 했지만 귀찮아서 패스. 결국 남는게 티스토리밖에 없었다.

 완전히 새로운 닉네임으로 해볼까 했는데, 아무생각없이 로그인 해 보니 예전에 쓰던 계정으로 로그인 되었다. 그 시간 아낀 기념으로 도메인이나 하나 샀다. 연 3.5달러면 커피 한 잔 덜마시면 된다.

 암튼 여기엔 뭔가 막 쓰고 달 것이다. 그냥 내 맘에 드는 사진도 걸 것이고, 수익 나든 말든 애드센스 광고도 달 것이고, 회사 욕좀 할 수도 있으며 15년 전에 내가 쓴 글을 파헤치며 이렇게 살지 말자는 꼰대스런 글을 올릴수도 있다. 암튼 뭔가 길게 쓸 예정이다.

 근데 이거 모바일 앱은 멀쩡한가…?

 맞다. 저는 연어회 별로 안 좋아해요. 연어는 구워야지. 암.